|
지난 연말에 director's cut 버전의 4장짜리 dvd 세트를 샀는데 (그러고나서 최근에 아마존에서 2/3 정도로 가격인하 된 것을 발견. damn it) 이런저런 일에 치여서 계속 미루고 있다가 오늘서야 뜯어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이 한가한 날이었다는건 아니다. 원래 사람이 극한까지 가게 되면 "아 이제 더이상은 몰라, 내일 생각할래 orz" 하게 되어 있다. 스칼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하고도 비슷하지만서도 -_-;)
중학교때 TV에서 틀어주는 영화를 처음 보고선 그대로 푹 빠져서, 그 두꺼운 책을 밤마다 머리맡에 놓고 읽고 또 읽었다. 읽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의 매력에도 한동안 푹 빠져있었고... 그 뒤로 한동안 아련한 추억만 가지고 있다가 다시 감독판에 영문 대사로 보게 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그동안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뀐 것도 있긴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그 비슷한 변화가 스칼렛 오하라에게서 보이는 것 같아 새삼스러운 느낌이었다. 덕분에 비비안 리의 풍부한 연기력과 그 앙큼하면서도 도도한 매력에도 다시금 빠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멜라니라는 캐릭터와 스칼렛과의 대조 역시 볼만했다. 현실에 나름대로 적응하면서도 구시대의 가치를 충실히 지켜나가는, 자기보다는 항상 주변인을 먼저 생각하고,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쪽 뺨을 내밀며 살아가는 멜라니와, 멜라니가 아무리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바쳐왔어도 결국 전쟁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해산할 때가 다가오자 숙모는 커녕 의사조차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그녀의 아이를 받고 자신의 집에까지 데려가 가장으로서 타인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스칼렛... 아무도 자신만을 보살펴주고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아낌없이 휘둘러가며 악바리같이 버텨나가야 했던 그녀. 결국은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게 뭔지조차 알 수 없는, 항상 뿌연 안개 속을 휘젓고 다니는 듯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그녀. 레트 버틀러가 딸을 잃고 나서 했던 말처럼 그녀가 전쟁과 기아와 가난 때문에 변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말괄량이로 살 수 있도록 레트가 그렇게 해줄 수 있었다면, 그녀는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을까? 전쟁으로 인해 기존 사회의 모든 가치관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상황, 개인의 신념과 사회적 통념에 심각한 진로수정이 강제로 요구되던 시점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어떻게 살아남는지, 거기에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이야기까지 더불어 미시적인 드라마와 거시적인 테마가 정말 잘 조화된 명작이었다... 라는걸 다시금 느꼈다. 역시 대작이 대작인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나저나 옛날엔 원래 다 이랬는지 모르겠는데, 영화가 시작할때, 1부와 2부 사이의 막간, 그리고 다 끝난 뒤에 "휴식시간" 화면이 뜨는게 상당히 이채로웠다. 예를 들어 시작할때는 화면에 "서막"이라고 커다란 자막이 뜨고, 뒤에 배경화면이 바뀌면서 배경음악이 흐른다. 막간에는 "인터미션", 그리고 끝난 뒤에도 비슷하게 자막이 뜨고 배경화면과 음악이 흐르고 말이다. 그게 또 단순히 1~2분이 아니라 진짜 화장실이라도 한번 다녀와도 될만한 시간이 흐른다. -_-; 게다가 전체 출연진 및 제작진 목록이 영화가 다 끝난 뒤가 아니라 영화가 시작하기 전("서막"과 실제 영화 시작의 사이)에 뜬다. 개인적으로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수많은 노력과 시간에 보답해주는 작은 의미로라도 크레딧은 꼭 보고 나와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리고 보다보면 은근히 그게 재밌는 경우도 있다. 제작진 목록 같은걸 쭉 보다보면 별별 재밌는 역할들이 다 있다;) 저렇게 영화 시작 전에 의무적으로 보게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물론 서막..을 몇분이나 지켜보고 크레딧까지 보고 영화가 시작하려니 그때까지가 좀 지겹긴 했지만 말이다. 영화관에서라면야 그렇다고 해서 자리 박차고 떠날 사람은 없을테니 괜찮겠지만, TV화 하려면 크레딧은 아무래도 앞보단 뒤가 낫겠지. 설마 그래서 크레딧을 뒤로 옮겼나... 아우, 이젠 다시 페이퍼 쓰러 가야지 orz
|
최근 듣는 음악 J.S.Bach Violin Concertos(Perlman, Zukerman, Baremboim)오늘의 차 (Archive) 커피 커피 커피...카테고리
이전 블로그
최근 등록된 덧글
MSN으로 나도 다피님에..
by sharkman at 06/16 --> 무지 찔리는 사람;;; by 주전자 at 05/13 쿨럭.............. by dapi at 05/13 우앙 ㅎㅎ by 이오냥 at 05/12 후후후.... 전 아직 .. by 스킬 at 05/12 앗, 알리미 안 해줬으면.. by dapi at 03/19 EBC에 동영상 이벤트 .. by cube at 03/14 infini님 > 헉, 오랫.. by dapi at 02/29 축하드려요! 수고 많이 .. by infini at 02/29 D˙Arcy님 > 어쨌든 .. by dapi at 02/29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인터넷전화 다르게 써보기..
by 다피네 일상생활 인터넷전화 다르게 써보기.. by 다피네 일상생활 070 국번은 인터넷 전화번.. by 다피네 일상생활 다양화의 부재. 55보다 작.. by Persona Collector 화재경보기가 울기 시작.. by 다피네 일상생활 이글루 파인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