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졸레 누보 2005
동네에 꽤 괜찮은 (싸구려 술집 분위기가 아닌 나름대로 격조있는 주류 판매점 분위기의) 리쿼 스토어를 발견했다. 간만에 차를 몰고 시내에 이런저런 볼일을 보러 나갔던 김에 그곳에 들려서 올 11월에 발매된 2005년산 보졸레 누보 한병을 구입했다. 판매대에서 계산을 하는데, 점원이 질문을 던졌다.

- 올해의 보졸레 누보는 처음이신가요?
- 네 처음이에요.
- 괜찮은 맛이죠. 마음에 드실겁니다.
- 와, 그거 기대되는대요.
- 작년도산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꽤 좋아요. 이런저런 기후의 영향이라던가...
- 헤에, 그래요?
- 작년 것이 지나치게 좋았기 때문이지만요.

too good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작년 것이 잘 나왔던 것인가. 작년엔 이런저런 심란한 일들이 너무 많았어서 새로 나오는 와인 같은 것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는데, 저런 얘기를 듣고 나니 조금 아깝다. 뭐, 올해 것도 평균 이상은 되는 듯 하니 "맛나게 먹겠습니다"하고 뜯었는데, 이거 꽤 맛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짝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입 끝에 살짝 남아도는 탄닌향. 와인이란건 정말 과실주였어- 싶은 달콤한 느낌을 물씬 전해주는, 그러면서도 적당히 자존심 있는 부드러움.

보졸레 누보는 원래 나왔을때 바로 마시는게 좋은 와인이니 이제 와서 작년 것을 구해본다고 해봤자 큰 의미는 없겠지만 (구하기 어려운건 둘째치고 말이다) 그래도 올해 것이 이 정도인데 작년 것은 어땠을지 너무 궁금하다. 어제 사온 병을 벌써 반 이상 마셔버렸다. 이거 다 마시면 다음에 시내 나갈때 한 병 더 사와야지.

아 그리고 사진에서 주목할만한건 와인따개 밑의 코르크마개. 정확히는 코르크가 아닌 밀랍 비스무리한 재질이다. 몇달 전에 코스트코에서 사다 마신 비싼(-.-) 피노 누와도 저런 식의 밀랍인지 플라스틱인지 모를 마개였는데, 이 보졸레 누보의 마개는 그것과 비슷한 재질이지만 좀 더 고급인 것 같다. 장점은 마개를 뽑을 때 코르크 찌꺼기 같은게 와인 안으로 빠질 염려가 전혀 없다는 것, 그리고 탄력이 좋아서 손힘이 적은 나로서도 뽑기 쉬웠다는 점 정도일까. 코르크마개의 최대 장점은 공기순환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재질의 마개는 그런 면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 걸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
by dapi | 2005/12/07 16:15 | 먹는 얘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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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unoctus at 2005/12/07 20:08
마개가 정말 귀여운데요? 술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복락이라던데, 저는 알콜하고는 영 안친해서, 술 즐기시는 분들이 가끔씩 부러워요.
Commented by 한때는 at 2005/12/07 23:47
오랜만입니다. ^^
보졸레누보 외에 대다수의 외인은 사서 바로 마셔야죠? 행여나 맛있게 숙성되지 않을까..하다가는 입만 버립니다.. (경험자 여기.. orz..)

저 마개는 합성수지 아니던가요? 빈티지 외의 병에 요즘 많이 쓰는것 같더군요. 깔끔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마시다가 남기고 다시 닫을때면 골치 좀 아프죠.. 다시 끼우기가 극악입니다. - -
Commented by dapi at 2005/12/08 08:35
kunoctus님 > 저도 많이 마시는 건 아니고, 되도록 맛있는 걸 조금씩 맛만 보는 선에서 멈추려고 하고 있죠. ^^; 맛도 없는 술을 벌컥벌컥 퍼마시는건 사절이에요.;
Commented by dapi at 2005/12/08 08:37
한때는 님 > 안녕하세요~ 그러고보니 캐나다 정도의 북쪽지방은 벌써부터 눈 천국이 되었겠네요.
빈티지 와인 같은건 단순히 오래 보관만 했다고 해서 다 되는게 아니라, 온도 습도 보관 장소 방법 등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뭐 저야 한번에 한두병 씩만 사다가 적당히 마셔없애는 편이지만요.

글구 마개는 말씀하신대로 합성수지일 수도 있겠네요. 전의 피노 누와 것은 확실히 좀 플라스틱스런 느낌이었어요. 다시 끼우기도 조금 어려웠고, 게다가 마시다 만 병을 몇일 그대로 두니까 병 안에 결로현상이 생기더라구요. 같이 둔 다른 코르크마개 병은 그렇지 않은데... 그래서 공기순환 얘기가 떠오른거였어요. 그런데 이 보졸레 누보 마개는 그것보다 좀 더 짧고 (그래서 처음에 뽑기가 아주 수월했음) 역시 짧아서 그런지 다시 닫을 때도 굉장히 쉽더라구요.

저 마개 한쪽에 조그맣게 양각으로 supremecorq 라고 찍혀있어서 방금 찾아보니까 웹사이트도 있었네요. ^^;
http://www.supremecorq.com/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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